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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검찰→법원… 달라지는 진술 "진짜 범인은?" 짙어진 順天의 안개
    순천-용의자인 父女 자백 외엔 뚜렷한 물증이 없어
    보령-범인 잡기까지 다 용의자 온 마을 주민들이 '상처'
    지난 4월 29일, 충남 보령시 오서산 기슭 성골마을 주민 6명이 이웃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당일치기로 단체여행을 갔다.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흩어진 주민들은 이튿날 아침 경악했다. 함께 여행 간 6명 중 3명이 밤새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들의 위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석달 뒤인 7월 6일, 전남 순천시 용림마을 주민 4명이 개울가에서 풀을 뽑다가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쓰러졌다. 2명이 숨지고 2명은 회복됐다. 이들의 위에서도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2009 년,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두 건의 청산가리 살인사건이 일어나 국민들을 전율하게 했다. 두 사건 모두 나이 든 주민들이 오순도순 살아온 농촌마을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참극이었다. 평화로워 보이던 일상은 단지 표면뿐이었다. 실제로는 치정(癡情)과 살의(殺意)가 칡뿌리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순천 용림마을의 비극

    16일 오후 3시 순천 용림마을에서 이 사건에 대한 첫 법원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들이 승합차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마을 주민 10여명이 "도대체 진짜 범인은 누구란 말이요?" 라고 소리쳤다. 수사와 공판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진범이 누구인지 점점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에 대한 집단적 분노가 엿보였다.

    지난 7월 이 마을 개울가에서 이웃 4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최모(당시 59세)씨와 정모(당시 68세)씨는 숨지고 장모(74)·이모(72)씨는 회복됐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50일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다. 사건은 8월 말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최씨의 막내딸이 사건 발생 20일 뒤, 같은 마을 주민 배모(50)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막내딸이 진범인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배씨를 무고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배씨를 무혐의로 풀어주고 최씨의 남편 백모(59)씨와 막내딸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막내딸이 아버지 백씨와 여러 해 동안 성관계를 맺어왔고, 어머니가 이를 눈치 채자 부녀가 공모해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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